1 이스라엘은 이제 말하기를 그들이 내가 어릴 때부터 여러 번 나를 괴롭혔도다
2 그들이 내가 어릴 때부터 여러 번 나를 괴롭혔으나 나를 이기지 못하였도다
3 밭 가는 자들이 내 등을 갈아 그 고랑을 길게 지었도다
4 여호와께서는 의로우사 악인들의 줄을 끊으셨도다
5 무릇 시온을 미워하는 자들은 수치를 당하여 물러갈지어다
6 그들은 지붕의 풀과 같을지어다 그것은 자라기 전에 마르는 것이라
7 이런 것은 베는 자의 손과 묶는 자의 품에 차지 아니하나니
8 지나가는 자들도 여호와의 복이 너희에게 있을지어다 하거나 우리가 여호와의 이름으로 너희에게 축복한다 하지 아니하느니라
■ 지붕의 풀과 같은 악인의 번성
이스라엘은 주변 민족으로부터 끊임없는 공격을 받았습니다. 지정학적으로 아시아, 아프리카 및 유럽 대륙을 연결하는 교량적 위치에 놓여 있습니다. 이러한 지정학적 위치로 인해 불가피하게 고대 근동의 여러 나라들과 정치 종교 등에서 밀접 관계를 맺어 왔습니다. 그 속에서 상대적으로 약한 이스라엘은 수천 년에 걸쳐 수많은 침략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애굽에서 삼백 사십 년간의 노예생활뿐만 아니라 사십 년간의 광야생활, 그리고 가나안에 정착해서 왕국을 이룬 이후로부터 바벨론의 포로기까지 주변 강대국들의 괴롭힘을 받아야 했습니다. 시인은 그러한 이스라엘의 시련을 한 사람의 인생에 비유하여 "그들이 내가 어릴 때부터 여러 번 나를 괴롭혔도다"라고 회상합니다(1).
그러나 그러한 시련들이 죄악에 물든 세상에서 자기 백성을 성결하게 하시기 위한 하나님의 섭리였으며, 오직 하나님 한 분만을 의지하도록 하기 위해 마련하신 조건이었습니다. 이는 시인의 고백과 같이 거듭된 시련 속에서도 하나님께서 친히 그들의 방패와 성벽이 되어주셨던 까닭입니다. "그들이 내가 어릴 때부터 여러 번 나를 괴롭혔으나 나를 이기지 못하였도다"고 하는 시인의 고백은 자기 백성을 사랑하시고 인도하시는 하나님에 대한 확신에서 비롯된 것입니다(2).
물론, 그들이 겪었던 시련 속에는 자신들의 불순종으로 인한 고난도 있었으며, 그들의 믿음을 시험하시고 연단하시려는 하나님께서 주신 고난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어떤 경우라 할지라도 백성 된 이스라엘이 하나님을 의지할 때에는 친히 앞장서셔서 대적들을 물리쳐 주셨습니다.
밭가는 자들이 쟁기로 밭고랑을 깊게 파듯 압제자들의 채찍이 이스라엘의 역사에 깊은 상처와 아픔을 가져다주었습니다(3). 고랑은 깊은 상처와 혹독한 고난을 의미합니다. 이처럼 깊고 고통스런 상처를 상징하는 고랑을 길게 지었다는 것은 대적들의 강제적이고 혹독한 잔혹함 속에서 이스라엘은 오래도록 큰 고통 속에 있었음을 강조한 것입니다. 하지만 고난 때문에 이스라엘은 하나님을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고난이 길고 신음이 깊을수록 하나님의 긍휼과 사랑은 더욱더 커지기 때문입니다.
이스라엘은 애굽과 바벨론에서의 노예생활 속에서 고된 노역과 채찍에 시달려야 했지만, 하나님께서는 약속하신 대로 악인들의 손에서 자기 백성을 구원하시고 회복시켜 주셨습니다. 시인은 “여호와께서는 의로우사 악인들의 줄을 끊으셨도다”라고 고백합니다. “의로우사”라는 말은 공정하게 판단하시는 하나님을 의미하지만 더 나아가 자기백성을 죽기까지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말합니다. 신실하신 하나님께서 악인들의 줄을 끊으시되, 더 이상 연결이 불가능하도록 하신 것입니다. 하나님은 자기 백성에게는 구원자이셨고, 악인에게는 심판자였습니다. 힘들고 어려운 일이 계속되고 있는 시련의 시간 동안에도 하나님을 의지하는 자를 지키시고, 이전의 깊은 상처와 아픔을 잊고도 남을 만큼 놀라운 회복과 구원의 역사로 인도하실 것입니다.
시인은 악인들의 압제와 핍박에도 지금까지 이스라엘을 지키시고 인도하셨던 하나님의 손길을 기억하며, 눈앞의 대적들을 향해 "무릇 시온을 미워하는 자들은 수치를 당하여 물러갈지어다"라고 선포합니다(5). 하나님께서는 백성과 함께하십니다. 그리고 백성 중에 그 영광을 나타내시며 거하십니다. 그곳이 시온입니다. 그러므로 시온을 미워하는 것은 곧 하나님의 백성을 미워하는 것이며 하나님을 대적하는 행위입니다.
시인은 "그들은 지붕의 풀과 같을 지어다 그것은 자라기 전에 마르는 것이라"고 선언합니다(6). 팔레스타인의 가옥형태는 갈대와 잡초를 엮어 벽과 지붕을 만들고 바람과 비를 피하기 위해 그 위에 진흙을 발라지었습니다. 그러므로 우기 때에는 무성하게 잡풀이 자라나는 것 같지만, 이내 강렬한 햇빛으로 인해 말라 버렸습니다. 시인은 악인의 세력이 이와 같이 무성하게 일어나는 것처럼 보여도 공의로우신 하나님의 섭리 아래 사라지게 될 것을 말한 것입니다. 추수할 때에 일꾼들이 한 손으로 곡식단을 쥐고 낫으로 힘껏 밑동을 베지만 악인의 끝은 그런 수고조차 할 필요가 없이 스스로 소멸될 것입니다.
하나님을 대적하는 악인들의 번성은 일시적이며(6), 그것은 성공 같아 보이나 결국은 패망할 수밖에 없고(7), 사랑과 신뢰가 형성된 인간관계를 형성하지 못하고 이기심과 탐욕으로 스스로가 고립되어 고사하게 될 것입니다(8). 한 때의 우거짐이 성공 같아 보이지만,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그것을 바라보며 "여호와의 복"이라 하지 않았으며, 악인들의 모습을 "여호와의 이름으로 축복"하지 않습니다.
시인은 악인들은 주변 사람들로부터 철저하게 외면당할 뿐만 아니라 하나님이 베푸시는 평안과는 전적으로 무관한 자들임을 강조합니다. 악인들의 파멸과 비참한 결말을 말하고 있습니다. “너는 악인의 형통함을 부러워하지 말며 그와 함께 있으려고 하지도 말지어다”고 하셨습니다(잠24:1). 지붕의 풀과 같은 악인들의 형통함을 인생의 목적으로 삼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은 없습니다. 하나님의 백성인 우리는 항상 말씀을 가까이해야 합니다. 말씀을 가까이하는 것이 곧 하나님을 가까이하는 것입니다. “하나님께 가까이 함이 내게 복이라 내가 주 여호와를 나의 피난처로 삼아 주의 모든 행적을 전파하리이다”고 했습니다(시73:28). 하나님을 가까이할 때에 삶 속에 하나님의 살아계심이 증거되게 하실 것입니다.
또한 모든 인생은 ‘지나가는 길’과 같습니다. 인생이 나그네와 같은 것임을 깨달은 자들은 악인들의 일시적인 번성을 부러워하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인도해주신 하나님의 은혜를 기억해야 합니다. 그 하나님께서 시련 속에서도 안전히 지켜 주실 것입니다. 해가 뜨면 시들어버릴 지붕 위의 잡풀과 같은 악인들의 일시적인 번성을 부러워하지 말고 영원하신 하나님의 나라를 소망하며, 믿음 안에서 사는 삶이 참되고 복된 인생임을 확신해야 합니다.
“의로우신 주님께서 악인의 사슬을 끊으시고, 나를 풀어 주셨습니다.”
이스라엘은 깨지고 부서지고 엉망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로인해 더욱 하나님만 의지했고 약속의 말씀을 붙들 수 있었습니다. 깨지고 부서졌다면, 지금이 하나님께 나아올 때입니다. 하나님의 도우심이 없이는 살아갈 수 없음을 고백할 때에 의로우신 주님께서 악의 사슬을 끊으시고 참 자유를 주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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