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 나의 영혼이 주의 구원을 사모하기에 피곤하오나 나는 주의 말씀을 바라나이다
82 나의 말이 주께서 언제나 나를 안위하실까 하면서 내 눈이 주의 말씀을 바라기에 피곤하니이다
83 내가 연기 속의 가죽 부대 같이 되었으나 주의 율례들을 잊지 아니하나이다
84 주의 종의 날이 얼마나 되나이까 나를 핍박하는 자들을 주께서 언제나 심판하시리이까
85 주의 법을 따르지 아니하는 교만한 자들이 나를 해하려고 웅덩이를 팠나이다
86 주의 모든 계명들은 신실하니이다 그들이 이유 없이 나를 핍박하오니 나를 도우소서
87 그들이 나를 세상에서 거의 멸하였으나 나는 주의 법도들을 버리지 아니하였사오니
88 주의 인자하심을 따라 나를 살아나게 하소서 그리하시면 주의 입의 교훈들을 내가 지키리이다
89 여호와여 주의 말씀은 영원히 하늘에 굳게 섰사오며
90 주의 성실하심은 대대에 이르나이다 주께서 땅을 세우셨으므로 땅이 항상 있사오니
91 천지가 주의 규례들대로 오늘까지 있음은 만물이 주의 종이 된 까닭이니이다
92 주의 법이 나의 즐거움이 되지 아니하였더면 내가 내 고난 중에 멸망하였으리이다
93 내가 주의 법도들을 영원히 잊지 아니하오니 주께서 이것들 때문에 나를 살게 하심이니이다
94 나는 주의 것이오니 나를 구원하소서 내가 주의 법도들만을 찾았나이다
95 악인들이 나를 멸하려고 엿보오나 나는 주의 증거들만을 생각하겠나이다
96 내가 보니 모든 완전한 것이 다 끝이 있어도 주의 계명들은 심히 넓으니이다
■ 주의 구원을 사모하기에
힘들고 지칠 때마다 하나님께서 즉시 응답해 주시고 길을 열어 주신다면 좋겠지만, 기도해도 하나님께는 응답하시지 않습니다. 교만한 자들의 핍박과 위협에서 속히 벗어나고 싶지만 하나님의 구원은 멀게만 느껴지고 아무런 응답이 없는 기도에 지쳐만 갑니다. 위로와 구원의 날을 고대하고 있지만 고난이 끝날 때를 예측할 수도 없을 만큼 현실은 막막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낙심만 찾아듭니다.
약속의 말씀이 성취될 것이라는 확신은 점점 희미해져만 갑니다(81-82). 시인은 그런 자신의 모습을 "연기 속의 가죽 부대"같다고 토로합니다(83). 연기 속의 가죽 부대란 전쟁터에 찢어진 채로 버려진 부대나 닳고 닳아 더 이상 물이나 포도주를 담을 수 없는 상태의 부대를 연상케 합니다. 이는 곧 삶의 희망이 없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그러나 시인은 그러한 상황 속에서도 여전히 주의 율례를 잊지 않고 있다고 고백합니다. 고난으로 인해 찢기고 상처입어 이제는 정상으로 회복되는 것마저 기대할 수도 없는 상황이지만, 시인은 말씀을 여전히 붙들며 신실하게 뜻을 이루어 가시는 하나님의 성실하심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않았습니다.
육체의 눈은 고난으로 인해 피곤하여 희미해져가고 있지만 영혼의 눈은 더욱더 또렷이 주님의 말씀을 바라보며 신실하신 하나님의 약속에서 멀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마지막 숨을 들이키는 순간까지도 하나님을 향한 소망을 버리지 않고 구원의 주권자 되신 하나님께 간구합니다. 시인에게는 지금의 상황은 “언제쯤 좋아질 지 알 수 없는 상태”입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그는 말씀을 붙들고 구원자이신 하나님을 바라보며 “그 때가 반드시 올 것을 확신”하고 있습니다.
날로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붙잡는 것은 너무도 막연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시대는 변해도 진리는 변치 않으며 진리로 뜻을 성취하시려는 하나님의 계획도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달라진 시대에 맞춰 살아야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때때로 적당한 양보와 타협이 정당화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하나님만이 인생의 주권자 되심을 믿으며 반드시 성취될 약속의 말씀을 붙잡고 끝까지 견뎌내야 합니다.
구원을 간절히 바라보고 사모하지만 시인은 자신의 날이 언제까지인지 알 수 없습니다. 또한 더욱더 강성해지고 악해져가는 교만한 자들의 삶은 마치 "그렇게 사는 것이 현명한 것이다"라고 자신에게 종용하는 듯합니다. 그들의 악함을 보며 공의로우신 하나님께서 속히 심판해 주신다면 더욱더 확신을 가질 수 있겠지만, 오히려 상황은 하나님의 법도를 따르지 않는 교만한 자들이 활개 치며 시인에게 웅덩이와 같은 죽음의 덫을 놓고 있을 뿐입니다(84-85).
시인은 이러한 상황을 하나님 앞에 아뢰며 이유 없이 자신을 죽이려고 하는 대적들을 고발하며 심판해 주실 것을 간구합니다(86). 시인은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말씀이 성취되는 날이 올 때, 주의 법도를 버리지 않고 끝까지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자는 회복의 기쁨을 누리겠지만 의인을 핍박하며 죽음으로 몰고 가는 악인들은 반드시 심판을 받게 될 것을 믿고 있습니다. 비록 자신의 죽음이 임박했다는 것을 느낄 정도로 상황은 악화되어 가고 있지만, 믿음을 양보하지 않고 말씀을 버리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약속의 말씀이 성취되기 까지 순종하겠다는 결단도 굳건히 합니다(87-88).
이와 같은 시인의 하나님을 향한 슬프고 고통스러운 부르짖음은 불신이 아닙니다. 오히려 하나님만이 구원자가 되실 것을 굳게 믿는 확신의 표현입니다. "주의 인자하심을 따라 나를 살아나게 하소서 그리하시면 주의 입의 교훈들을 내가 지키리이다"라는 시인의 간구는 구원하여 주시면 하나님을 확신하고 말씀을 지킬 수 있겠다는 조건부 고백이 아닙니다. 인자를 베풀어 구원하셔서 평생토록 하나님의 말씀을 붙들고 사는 것이 복된 길임을 모든 사람들에게 증거 하는 삶이 되게 해달라는 것입니다.
고난 속에서 의연한 척하는 것이 믿음이 아닙니다. 눈물을 흘리며 소리 내어 부르짖으며 긍휼을 베푸실 하나님께 구해야 합니다. 백성의 신음 소리를 들으시고 마음을 돌리셔서 속히 구원해 주실 것을 기대하며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부르짖는 자가 하나님의 구원을 보게 될 것입니다.
시인은 말씀이 불변의 진리임을 확신합니다. 이는 곧 진리의 말씀을 붙드는 자가 결국에는 견고히 설 것이라는 확신입니다(89). 말씀이 진리인 것은 창조주 하나님의 손길로 지으신 모든 만물이 증거하고 있습니다. 시인은 고난 중에도 오히려 자신의 삶을 견고하고 아름답게 빚어 가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깨닫습니다. 그러므로 그는 "주의 성실하심은 대대에 이르나이다"라고 고백할 수 있습니다(90).
언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상황 속에서도 그가 포기하지 않고 하나님께 간구할 수 있는 것은 약속의 말씀이 확실히 이루어질 것이라는 신뢰를 버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시인은 모든 만물이 하나님께서 말씀으로 창조하신 대로 여전히 순종하며 견고히 서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91). 즉, 천지가 주의 종이 되어서 순종하며 그 신실함을 잃지 않을 때에 견고히 세워져 가는 것을 증거 삼으며, 자신 또한 결코 말씀을 버리지 않고 믿음의 신실함으로 견딜 것을 결단한 것입니다.
이러한 소망은 생명에 대한 확신을 주었습니다. 말씀 속에서 위로를 얻고 힘을 얻었으며, 그 속에서 인생의 참된 즐거움을 깨달았습니다(92). 고난 속에서 주의 말씀을 지켜 행하는 것을 삶이 제한받는 멍에로 여겼다면 얻을 수 없는 것들이었고, 일찍이 믿음을 포기했을 것입니다. 시인은 이제 주의 법도를 따라 행하여 온 자신을 구원해 달라고 촉구합니다. 그리고 악인들이 끝까지 자신을 핍박하며 죽이려 할지라도 오직 하나님께서 자신의 삶을 통해 역사하셨던 증거만을 기억하며 영원하신 약속의 말씀만을 붙들 것을 결단합니다(94-95).
주님은 "천지는 없어지겠으나 내 말은 없어지지 않으리라"고 하셨습니다(막13:31). 자신의 인생이 "하나님의 것"임을 확신하며 구원해 주시기를 바라는 시인의 기도를 기쁘게 받으신 것처럼,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하는 내 믿음 또한 기쁘게 받으실 것입니다. 내가 말씀을 붙잡는 것이 아닙니다. 말씀이 나를 붙잡고 생명의 길로 인도하는 것입니다. 다만 말씀에 의지하며 순종할 때에 구원의 역사를 보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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