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여호와여 주의 분노로 나를 책망하지 마시오며 주의 진노로 나를 징계하지 마옵소서
2 여호와여 내가 수척하였사오니 내게 은혜를 베푸소서 여호와여 나의 뼈가 떨리오니 나를 고치소서
3 나의 영혼도 매우 떨리나이다 여호와여 어느 때까지니이까
4 여호와여 돌아와 나의 영혼을 건지시며 주의 사랑으로 나를 구원하소서
5 사망 중에서는 주를 기억하는 일이 없사오니 스올에서 주께 감사할 자 누구리이까
6 내가 탄식함으로 피곤하여 밤마다 눈물로 내 침상을 띄우며 내 요를 적시나이다
7 내 눈이 근심으로 말미암아 쇠하며 내 모든 대적으로 말미암아 어두워졌나이다
8 악을 행하는 너희는 다 나를 떠나라 여호와께서 내 울음 소리를 들으셨도다
9 여호와께서 내 간구를 들으셨음이여 여호와께서 내 기도를 받으시리로다
10 내 모든 원수들이 부끄러움을 당하고 심히 떪이여 갑자기 부끄러워 물러가리로다
시편 6편의 표제어에 “인도자를 따라 현악 여덟째 줄에 맞춘 노래”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여덟째 줄은 현악기의 소리 중 낮은 음으로서 이 소리는 비장한 느낌을 줍니다. 현악 여덟째 줄에 맞춘 노래라는 표제어가 말해주듯 시편 6편은 탄원하는 시이면서도 참회가 있는 다윗의 시입니다. 이는 곧 다윗이 자신의 처한 위급한 상황에서 하나님께 탄원만 하는 것이 아니라 탄원의 과정을 통해 자신의 죄를 깨닫고 참회하는 시이기 때문입니다. “여호와여 주의 분노로 나를 책망하지 마시오며 주의 진노로 나를 징계하지 마옵소서”라는 그의 탄원은 마치 피고가 죄의 용서를 빌며 재판장 앞에서 선처를 호소하는 것과 같습니다(1).
다윗은 위급할 뿐 아니라 사방이 막힌 막막한 상황에 직면해 있습니다. 거기에 육체적인 고통에도 시달립니다. "여호와여 내가 수척하였사오니 내게 은혜를 베푸소서 여호와여 나의 뼈가 떨리오니 나를 고치소서"라는 그의 호소는 그 고통의 정도가 얼마나 심각한가를 말해주고 있습니다(2). 물론 그의 고통이 죽음과 같은 상황으로 인해 상실과 좌절 속에서 온 육체적 고통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다윗에게 육체적인 질병보다 더 고통스러운 것은 이것이 하나님의 "분노와 책망으로 인한 진노의 징계"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입니다(1). 또한 극심한 고통은 그의 육체와 영혼이 쇠약해져 있음을 말해줍니다.
시인은 이제 영혼도 떨린다고 말합니다(3). 영혼의 고통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여호와여 어느 때까지니이까”라는 그의 호소는 육체의 고통이 오랫동안 지속되어 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지속적인 육체의 고통은 영혼까지 무너지게 하고 이제 하나님에 대한 원망과 불신의 마음까지 생길 수 있는 극단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극심한 고통은 의지적으로 육체와 영혼을 제어할 수 없게 합니다. 시인은 그러한 고통보다 하나님께서 멀리 떠나 계시다는 생각에 더 두려워합니다.
다윗은 자신이 왜 죽음과 같은 상황 속에서 고통으로 몸부림치는지 그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가 “주의 분노로 나를 책망하지 마시오며 주의 진노로 나를 징계하지 마옵소서”라고 간구하는 것으로 보아 하나님의 징계로 인한 것이라 추정할 수 있습니다. 어떤 죄로 인한 것인지도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이 시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그가 하나님만이 자신의 모든 고통을 해결해 주실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왜 다윗이 고통을 당하고 있는지 사람들은 짐작 할 수는 있지만 알 수도 이해할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다윗은 자신이 왜 이러한 고통을 당해야 하는 지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것은 자신의 죄로 인한 하나님의 징계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그는 자신이 겪고 있는 고통에 대하여 받아들이면서도 한편으로는 하나님의 관계 회복을 구하고 있습니다.
하나님과의 관계회복은 죄를 인정하고 회개할 때에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하나님과의 관계가 회복되어야 긍휼과 사랑을 입을 수 있습니다. 아무도 모르는 죄라고 하여도 하나님 앞에서도 덮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뼈와 영혼이 떨리는 고통 속에서 다윗이 자신의 죄를 돌아보았듯, 하나님께서는 죄에 대해 무감각해져 버린 자를 징계를 통해 죄를 인정하게 하시고 회개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십니다. 시련과 고난 속에 겪게 되는 고통은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일입니다. 그러나 그 고통이 회복을 위한 것임을 깨달을 때에 다윗과 같이 하나님께 부르짖으며 나아갈 수 있습니다.
다윗은 “여호와여 돌아와 나의 영혼을 건지시며 주의 사랑으로 나를 구원하소서”라고 간구합니다(4). 하나님의 자비와 사랑으로 건져주시기를 간구합니다. 시인이 말한 ‘주의 사랑’을 히브리어로는 헤세드라고 합니다. 이는 ‘언약적 관계 속에서의 긍휼과 사랑’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시인이 하나님의 사랑으로 구원해 달라고 간구한 것은 하나님의 언약을 기억해 달라고 한 것입니다. 하나님의 언약은 진리이며 변치 않는 영원한 약속입니다. 하나님의 사랑, 그것의 또 다른 이름은 바로 언약이며 이 언약의 성취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의 은혜입니다. 우리는 죽음의 올무에서 벗어나 영혼의 평안으로 인도해주신 하나님의 사랑을 입은 자들입니다.
하나님은 조건에 따라 구원하시는 분이 아니라 조건 없는 사랑으로 구원하시는 분이십니다. 다윗의 ‘수척함’은 육체적인 것뿐만 아니라 피폐해진 영혼의 모습이기도 합니다(2). 그러나 하나님은 다윗을 구원해주심으로 어떤 상황에서도 사랑하는 자를 버리시지 않으시고 모든 사람들 앞에서 회복시키셔서, 자기백성의 간구를 받으시고 기도에 응답하시는 분이라는 것을 증거하게 하십니다(9).
하나님은 죽은 자의 하나님이 아니라 "산 자의 하나님"이십니다. 아브라함의 하나님 이삭의 하나님 야곱의 하나님이라고 말씀하신 것은 죽은 자들의 하나님을 말한 것이 아닙니다. 언약의 하나님이시며 여전히 그들 또한 언약 안에 살아있는 자들이심을 말씀하신 것입니다. 다윗은 "사망 중에 주를 기억하는 일이 없사오니 스올에서 주께 감사할 자가 누구오리까"라고 고백합니다. 하나님은 자기 백성을 결코 버려두시는 분이 아님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다윗의 기도를 통해 하나님은 그의 백성을 죽음에 이르지 않게 하시고, 생명을 건져주시는 하나님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5). '사망과 스올'은 다윗이 직면한 고통의 본질입니다. 그러나 다윗은 "나의 영혼을 건지시며 주의 사랑으로 나를 구원하소서"라며 하나님께 자신을 맡긴 것입니다(4).
"탄식, 눈물, 근심, 대적"과 같은 말들은 다윗의 현재상황을 말해주고 잇습니다(6-7). 대적이 둘러싸고 있는 현실에 다윗에게 있는 것은 탄식과 눈물과 근심뿐입니다. 그러나 다윗은 그런 상황에서도 편법이나 악인들과 같은 방법을 쓰지 않습니다. 다윗은 “악을 행하는 너희는 다 나를 떠나라"고 선포하며 하나님께서 인도하시는 길만 따라 갈 것을 결단합니다(8절).
'하나님의 들으심'이 곧 '상황의 반전'입니다. 하나님께서 간구를 들으시고 기도를 받으실 때, 다윗이 받았던 조롱과 탄식과 눈물과 근심이 모든 원수들의 부끄러움과 두려움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10). 또한, 다윗은 자신이 하나님께서 구하기도 전에 이미 자신의 고통을 돌아보고 계시는 분이심을 확신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다윗으로 하여금 이미 간구와 기도를 하나님께서 들으시고 받으셨다는 확신을 갖게 하였습니다(9). "들으시고 받으시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기도할 것이 아니라, 악인의 길을 따르지 않겠다는 확고한 결단 속에 하나님께서 이미 들으시고 받으셨다는 믿음으로 오늘 기도하기를 소망합니다.
《강진 강남교회 새벽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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