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하나님이여 나의 부르짖음을 들으시며 내 기도에 유의하소서
2 내 마음이 약해 질 때에 땅 끝에서부터 주께 부르짖으오리니 나보다 높은 바위에 나를 인도하소서
3 주는 나의 피난처시요 원수를 피하는 견고한 망대이심이니이다
4 내가 영원히 주의 장막에 머물며 내가 주의 날개 아래로 피하리이다 (셀라)
5 주 하나님이여 주께서 나의 서원을 들으시고 주의 이름을 경외하는 자가 얻을 기업을 내게 주셨나이다
6 주께서 왕에게 장수하게 하사 그의 나이가 여러 대에 미치게 하시리이다
7 그가 영원히 하나님 앞에서 거주하리니 인자와 진리를 예비하사 그를 보호하소서
8 그리하시면 내가 주의 이름을 영원히 찬양하며 매일 나의 서원을 이행하리이다
■ 땅 끝에서도 기도를 들으시는 하나님
시편 61편에 기록된 “땅 끝에서”라는 표현은 그 역사적 배경을 짐작하는데 어려움을 주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을 떠나 포로기의 시절에 기록한 글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이 시편이 다윗의 글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에 포로기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내가 영원히 주의 장막에 머물며 내가 주의 날개 아래로 피하리이다”라는 다윗의 고백을 통해 사울의 위협이나 혹은 압살롬의 반란으로 인해 도망자가 되었던 그가 하나님의 궤가 있는 예루살렘을 그리워하며 쓴 글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또한 “땅 끝에서”라는 말은 그리운 하나님의 성전이 있는 예루살렘으로 가지 못하는 심리적 거리감을 표현한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다윗이 어느 때 어느 곳에 있었느냐보다, 그가 현재 자신이 있는 곳을 “땅 끝”이라고 표현할 만큼 예루살렘을 그리워하였고, 하나님이 멀리 계시다는 생각이 들만큼 심리적 압박감을 느끼며 극심한 고통을 경험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시편 61편은 다윗의 그러한 마음이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다윗에게 예루살렘이란 하나님의 법궤가 있는 곳, 하나님께서 임재하신 곳이며 그 분의 영광이 가득한 곳이었습니다. 그래서 모든 이스라엘백성이 그러하듯, 다윗 또한 자신의 삶과 믿음의 중심이 예루살렘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므로 “땅 끝에서”라는 그의 고백은 지금 하나님께서 계신 예루살렘으로 갈 수 없는 자신의 처지를 대변해주고 있으며 그러한 상황 속에서 한없이 무기력해진 자신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땅 끝에 있다는 것은 예루살렘에 대한 심리적 거리감뿐만 아니라, 막다른 길에 놓여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의 절망감을 표현한 것일 수 있습니다. 물론, 땅 끝에 있어도 하나님께서 나와 함께 하신다는 확신이 있다면 이겨낼 힘이 생길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 다윗은 하나님의 손길마저 먼 곳에 머물러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약해져 있으며, 그의 마음은 “내 마음이 약해질 때에”라는 그의 기도에서 잘 드러나고 있습니다.
우리도 다윗처럼 약해질 때가 있습니다. 도움의 손길을 주실 하나님은 아득하게 느껴지고 회복의 시기는 한없이 멀어져가는 것 같으며, 지금의 삶은 본래 내 자신의 삶이 아닌 것 같은 생각에 자괴감마저 들 때가 있습니다. 사회적인 고립과 경제적인 어려움은 그러한 상황 속에 현실적인 어려움을 더욱더 가중시킵니다.
내가 원하지 않은 질병, 예측할 수 없었던 경제적 고통, 순식간에 무너져 버린 계획들 이 모든 것들이 재앙처럼 느껴지고 정신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공백상태가 되어 버립니다. 평소에 열심히 찾았던 교회도 멀게 느껴지고 사람들의 관심도 괴롭습니다. 그냥 아무것도 하기 싫은 그로기 상태의 연속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멈춰있어서는 안됩니다. 시편 61편에서 다윗은 그러한 상황 속에서 우리가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무엇을 해야 하는 지를 말해주고 있습니다.
다윗은 고난 속에서 항상 기도로 시작하고 찬송으로 끝을 맺습니다. 그러한 다윗의 모습을 통해 하나님 앞에 신실한 백성으로서의 믿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 두렵고 불안한 상황 속에서 하나님 앞에 기도하며 위로와 확신을 얻고, 그 가운데서 백성을 위해 행하실 하나님의 응답에 찬송으로 반응하는 것은 당연한 것 같지만, 하나님의 행하심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쉽게 할 수 없는 일입니다.
다윗은 그러한 하나님의 이미 경험했습니다. 과거로부터 지금까지 자신을 위기에서 구해주신 하나님을 경험했으며 지금 그 구원하심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기도합니다(1-3). 그리고 자신의 왕권이 대대에 미치게 하시리라는 미래에 대한 흔들림 없는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6).
다윗은 “마음이 약해질 때에 땅 끝에서부터 주께 부르짖으오리니 나보다 높은 바위에 나를 인도하소서”라고 간구합니다(2). “땅 끝에서부터”는 깊은 고난과 환란 속에서도 하나님을 향한 믿음을 굳건히 하고 부르짖겠다는 것이며, “나보다 높은 바위에”라는 것은 자신의 힘으로는 도달하지 못한 곳에도 하나님께서 나를 인도하실 것이라는 기대입니다. 어떤 상황 속에서 믿음으로 이겨내어 결국에는 하나님께서 자신을 통해 이루시고자 하시는 선하신 목적을 이루겠다는 다윗의 결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 내게 주어진 상황에 절망하지 말아야 합니다. 높은 곳, 내 능력이 미치지 못한 그곳에서도 나를 붙드시고 인도하시며 선하신 뜻을 세우시고 성취하시는 하나님이십니다.
다윗은 자신이 주의 장막에 머물며 주의 날개 아래로 피할 수 있는 것은 주의 이름을 경외하는 자가 얻을 기업을 주셨기 때문이라고 고백합니다(4-5). 하나님께서는 나를 은혜로 택하시고 구원해 주셨습니다. 그러므로 환란 속에서 고통 받을 때에도 피난처가 되시고 망대가 되시는 하나님께로 나아가며 부르짖을 수 있는 것입니다.
또한, 그는 영원히 하나님 앞에 거할 것과 찬양할 것을 서원했습니다(7-8). 그가 풍요롭고 평안할 때 하나님의 일을 하겠다고 서원한 것이 아니라 환란을 당해 고통스러운 상황 속에서 서원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아들 압살롬이 반역하여 그에게 쫓긴다는 것은 고통 중에 고통이며, 환란 중에 환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한 상황 속에서도 하나님께 서원하며, 서원한대로 행하겠다는 다윗의 믿음을 하나님께서 귀하게 사용하셨습니다.
지금은 힘드니 다음에 하나님을 위해 일하겠다는 생각이 아니라 지금이 믿음으로 설 때요 하나님이 일을 감당할 때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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