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하나님이여 나를 구원하소서 물들이 내 영혼에까지 흘러 들어왔나이다
2 나는 설 곳이 없는 깊은 수렁에 빠지며 깊은 물에 들어가니 큰 물이 내게 넘치나이다
3 내가 부르짖음으로 피곤하여 나의 목이 마르며 나의 하나님을 바라서 나의 눈이 쇠하였나이다
4 까닭 없이 나를 미워하는 자가 나의 머리털보다 많고 부당하게 나의 원수가 되어 나를 끊으려 하는 자가 강하였으니 내가 빼앗지 아니한 것도 물어 주게 되었나이다
5 하나님이여 주는 나의 우매함을 아시오니 나의 죄가 주 앞에서 숨김이 없나이다
6 주 만군의 여호와여 주를 바라는 자들이 나를 인하여 수치를 당하게 하지 마옵소서 이스라엘의 하나님이여 주를 찾는 자가 나로 말미암아 욕을 당하게 하지 마옵소서
7 내가 주를 위하여 비방을 받았사오니 수치가 나의 얼굴에 덮였나이다
8 내가 나의 형제에게는 객이 되고 나의 어머니의 자녀에게는 낯선 사람이 되었나이다
9 주의 집을 위하는 열성이 나를 삼키고 주를 비방하는 비방이 내게 미쳤나이다
10 내가 곡하고 금식하였더니 그것이 도리어 나의 욕이 되었으며
11 내가 굵은 베로 내 옷을 삼았더니 내가 그들의 말거리가 되었나이다
12 성문에 앉은 자가 나를 비난하며 독주에 취한 무리가 나를 두고 노래하나이다
■ 벗어날 수 없는 깊은 수렁 속에서
‘벗어날 수 없는 깊은 수렁’은 절망 속에서 서서히 힘이 빠지고 죽음에 이르는 상황입니다. 우리는 삶을 살아가면서 그러한 상황에 직면할 때가 있습니다.
착하고 정직하게 살고, 더 나아가 그리스도인답게 세상을 살아가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단지 주일이면 예배당에서 예배하는 것만으로, 교회에 등록된 성도가 되었다는 그것만으로 그리스도인다운 삶이 완성되었다고는 말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벗어날 수 없는 깊은 수렁을 직면할 때마다 하나님을 원망합니다. 지금껏 교회생활 잘 해왔는데, 왜 내가 이런 시련을 당해야 하는 지 이해할 수 없는 것입니다.
주변 사람들의 조롱과 비난은 더욱더 절망 속에서 더욱 큰 고통을 가중시킵니다. 분노와 복수심에 불타오르지만 정작 깊은 수렁 속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래서 그 분노와 복수심으로 자신을 폭탄처럼 던져버리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다윗은 그러한 상황 속에서 하나님을 찾았습니다.
다윗이 그러한 절망의 깊은 수렁 속에서 사람들의 조롱과 비난을 겪으면서도 하나님을 찾았다는 것은, 그가 세상 사람들과 다른 삶의 기준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증명합니다. 그 기준은 하나님만이 나를 구원하실 분이시며, 하나님만이 낮추시기도 하시고 높이시기도 하시는 분이시라는 것, 즉 하나님을 아는 지식을 삶의 기준으로 삼았다는 것입니다.
다윗은 “하나님이여 나를 구원하소서”라고 입을 엽니다(1). 그는 스스로 극복할 수 없는 위기에 봉착해 있습니다. 다윗은 스스로 벗어나기 위해 온 힘을 다해 몸부림을 쳤지만 ‘설 곳이 없는 깊은 수렁’과 ‘깊은 물’은 결국 다윗에게 할 수 없다는 절망감만 안겨주었습니다. 다윗은 이제 그 절망의 깊은 수렁 속에서 유일한 희망이 되신 하나님께 부르짖고 있습니다(2).
“물들이 내 영혼에까지 흘러 들어 왔나이다”라는 그의 탄식은(1), 근심과 고통으로 인해 스스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죽은 자와 같이 되었음을 고백하는 것이며, 동시에 반드시 하나님께서 구원하시지 않으면 죽을 수밖에 없다는 절박함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다윗은 생명을 위협당하며 끊임없이 계속되는 증오를 경험하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단순한 개인적인 괴로움으로 끝나지 않고, 가족뿐만 아니라, 공동체 안에서도 심각한 고립을 가져왔습니다.
다윗은 그러한 시련과 고통 속에서 자신의 우매함을 절실히 깨닫습니다(5).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 가족도 의지할 대상이 이미 아니었습니다. “성문에 앉은 자”, 즉 공동체 안에서 제사장이나 그 지역의 유지와 같은 자들마저도 이미 의지할 대상이 되지 못했고 오히려 그들은 다윗을 공격하였습니다(12). 그러나 다윗은 그러한 절망의 깊은 수렁 속에서 하나님을 찾습니다.
위기와 배반과 고립으로 이어지는 삶의 고난 속에서 낙심하며 슬퍼하고만 있어서는 안 됩니다. 하나님 앞에 나아와 주권자 되신 나의 주님께 도움을 요청할 때가 된 것입니다. 다윗과 같이 “하나님이여 나를 구원하소서”라고 부르짖을 때에 나아갈 길을 보여주시고, 도울 자를 보내 주실 것입니다.
다윗은 죽음과 같은 위기 속에서도 하나님을 원망하지 않았습니다. 주변에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오해하여 미워하고 원수가 되었으며, 부당한 일을 당하기도 하였습니다(4). 그럼에도 그는 오직 하나님을 신뢰하며 하나님께서 자신의 삶을 통해 이루실 일들을 기대하며 견뎠습니다.
다윗은 “주 만군의 여호와여 주를 바라는 자들이 나를 인하여 수치를 당하게 하지 마옵소서 이스라엘의 하나님이여 주를 찾는 자가 나로 말미암아 욕을 당하게 하지 마옵소서”라고 부르짖습니다(6).
이러한 다윗의 호소는 역설적입니다. 주를 바라보고 찾는 모든 사람들이 내 삶을 보며 “구원하시는 하나님”이심을 확신하게 해달라는 역설적인 표현입니다. 결국 주를 바라보지 않는 자들이 자신에게 주는 수치에 대하여 하나님께서 갚아 주시기를 간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악인은 마땅히 심판받고 멸망해야 합니다. 그러나 다윗이 당한 고통은 오히려 그들이 잘되고 의롭다 여겨지는 상황이었습니다. 다윗은 하나님께 “내가 주를 위하여 비방을 받았사오니 수치가 나의 얼굴에 덮였나이다”라고 호소합니다(7).
이러한 다윗의 호소는 핍박과 고통을 당하고 있는 것은 악인이 아니라 오히려 다윗 자신이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다윗은 주의 집을 위하여 헌신했으며, 금식과 회개로 하나님 앞에 성결한 자로 서기를 원했습니다(9-11). 그러나 그것이 오히려 모든 사람들의 조롱거리가 되고 비난의 구실이 되어 버렸습니다(12). 그것이 다윗에게 육체뿐만 아니라 영혼까지 고통스럽게 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 속에서 다윗은 피곤하고 목이 마르도록 하나님께 부르짖으며, 눈이 쇠하여 지도록 하나님을 갈망하였습니다(3). 이는 다윗이 스스로 자신의 억울함을 풀려고 하거나 원수를 갚으려 하지 않고, 하나님께서 모든 상황을 정리해 주실 것을 믿고 간구하였다는 것입니다.
사도 바울은 “내 사랑하는 자들아 너희가 친히 원수를 갚지 말고 하나님의 진노하심에 맡기라 기록되었으되 원수 갚는 것이 내게 있으니 내가 갚으리라고 주께서 말씀하시니라”고 당부하였습니다(롬12:19).
내가 하면 보복이 되고 또 다른 분노를 낳게 되지만, 하나님께서 하시면 수치와 조롱이 오히려 영광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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